[서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 뉴스레터] 지역공동체경제 특집 - 지역경제의 진짜 주인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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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ELLO 작성일25-04-07 14:58 조회8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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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가 후불식상조 그리는 지역경제관계플랫폼
울림두레생협의 5번째 매장인 망원점이 문을 연 지난 8월 24일, 매장 앞에는 마을풍물패 살판의 고사 장단에 맞춰 다양한 동네 사람들이 어깨를 들썩였다. 망원동의 주민들도 “우리 동네에 믿고 갈 수 있는 소비자 생협이 생겼다”며 좋아했다. 이 모든 실무를 총괄했던 고은주 울림두레 상무이사는 생협이 주민들 속으로 더 가까이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에 흐뭇해하면서도 문을 열기까지 우여곡절이 생각났는지 눈물을 보였다. 망원점이 들어서는 바로 옆 동교초등학교의 교장선생님은 축사를 맡아 “아이들에게, 학부모들에게 좋은 곳이 생겼다.”며 내 일처럼 기뻐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개점을 하는 모습을 보니 ‘생협운동이 더 이상 소수의 대안운동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롯데복합쇼핑몰 저지를 위한 서명운동 선포식. 지역경제는 대기업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하지만 그날 오후, 인근 망원역에서 열린 ‘롯데복합쇼핑몰 저지를 위한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에 참가하면서 이런 낙관을 가지기엔 아직 섣부르다는 생각이 들며 우리의 현실을 자각할 수밖에 없었다. 롯데는 망원동에서 지하철역으로 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상암동에 대형쇼핑몰을 지으려 하고 있다. 축구장 32개 크기의 어마어마한 대형쇼핑몰이다. 바로 옆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홈플러스가 있고, 인근 합정역에도 홈플러스가 존재하지만, 대기업의 쇼핑몰 진출은 그칠 줄을 모른다.
대기업 자본은 지역과 주민을 위해 입점한다는 얘기를 한다. 기자회견장에서는 내내 ‘지역경제’에 대해 후불식상조 곱씹어보았다. 서울에 지역경제라는 말이 존재한다면 그 실체는 무엇일까? 바로 떠오른 생각은, 대기업 자본과 프랜차이즈 자본이 지역의 공급자로서 지역경제의 실체이고, 세수 확보와 전시행정에 관심 있는 지방정부도 현재의 지역경제의 주체가 아닐까? 라는 것이었다.
마포 공덕시장 옆에는 인근 상권을 잠식한 이마트가 들어왔다. 합정동에는 메세나폴리스가 세워진 이래 홈플러스와 온갖 프랜차이즈 가게가 입점했으며, 최근에는 대형서점인 교보문고까지 들어왔다. 인근 서점과 가게들은 시름이 짙다. 마포구청장은 지역경제를 살린다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온갖 지원책을 가져다 붙이지만 그 내용을 보면 결국 대형숙박시설이나 상권 형성을 위한 예산지원책일 뿐이다. 건물 값은 턱없이 뛰고 그곳에서 장사하던 임차상인들은 인근으로 내몰리고, 홍대 앞 가게들도 화장품 로드 숍으로 획일화되어 가며 본연의 색깔을 잃었다.
사람이 몰려온다지만 결국 수익은 누구에게 갔는가. 대기업 자본 그리고 소수 건물주에게 갔을 뿐이다. 지역에는 어떤 혜택이 돌아왔을까. 영혼 없는 고층빌딩을 보노라니 ‘마포구청 세수야 늘어났겠지. 홍대앞도 예전 같지 않다’는데 생각이 머문다. 홍대앞에서 밀려나온 가게들이 망원동에 몰려드니, 이제는 ‘망리단길’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망리단길을 띄우기에만 혈안이 된 부동산업자들과 건물주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한데 있는 모습이 현재 마포지역경제의 현주소가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지역경제라는 말이, 협동을 통한 새로운 경제를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가당키나 한 말일까? ‘대기업 자본과 자본주의 시장경제 속에서 협동의 후불식상조 사회적 경제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현실적 대안을 찾는 것이 오히려 절실한 질문이 아닐까. 실제 마포에서는 마을을 기반으로 한 마을기업, 사회적기업이 임대료 상승과 운영난으로 문을 닫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공동체가게이용권 모아가 사용되는 공동체가게. 9월 현재 159곳의 가게로 확대되었다. 섬처럼 존재하는 공동체가 공동체가게로 엮였다.
마포공동체가게이용권 모아(이하 모아)와 마포공동체경제네트워크의 시작은 이런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공동체가게 1호인 카페 M 살리기’도’ 같은 뿌리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몇 해 동안,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을 막기 위해 지역사회는 똘똘 뭉쳐 싸웠다. 입점을 막지는 못했지만, 망원역의 슈퍼슈퍼마켓인(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철수시켰고, 입점품목을 제한시켰고, 망원시장 상인들은 공유건물을 얻어 지속가능성의 발판을 만들었다. 공유건물 1층에 들어선 것이 카페M이다. 시장과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공간이다. 하지만 초기 카페M의 매출은 보잘 것 없었다. 그래서 소중한 공간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고민이 이어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우리의 ‘소비’의 힘을 모아보기로 했다. 아는 사람들만 찾아 와도 카페M의 운영이 괜찮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것이다. ‘이왕이면 카페M에서’라는 제안은 (자본주의적 경제가 아닌) 다른 경제를 고민하는 수많은 공동체의 소비를 적극적으로 조직해보자는 것으로 이어졌고, 마포공동체경제네트워크가 정한 4가지 사업(능동적소비계획, 잉여자금운동, 필요생산운동, 공유운동) 중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우리는 우리의 소비를 약속하는 무언가(마포공동체가게이용권 모아)를 만들어보기로 하였다. 카페M만 하려니 사람들의 소비를 좋은 의도로 조직하기에는 후불식상조 무리라는 판단에서 공감대가 있는 두리반과 우리동네 나무그늘 까페도 함께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가게를 공동체가게라고 이름 지었다. 모아는 3개의 공동체가게에서 유통되는 지역공동체가게이용권으로 탄생되었다. 이때부터 고난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망은 넓었다. 3곳에서 10곳으로, 10곳에서 20곳으로, 망원시장 24곳이 동참하면서 금세 40곳을 넘어섰다. 동네서점 한강문고도, 아이들과 부모의 놀이터 개똥이네놀이터도 공동체가게가 되었다. 지역의 단골치과 예본 치과도, 울림 두레생협도, 그리고 성미산 차병원도 함께하게 되었다. 40곳이면 소비자들의 참여는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었다.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마포는 넓은 경제 땅덩어리였다. 두세 개동에서 소비가 가능한 가게를 모아야 했고, 소비를 커버하려면 다양한 영역을 모아야 했다. 더 모으자고 하였지만 무작정 공동체가게를 확대하는 게 능사는 아니기 때문에 추천을 기본으로 공동체경제의 취지에 공감하는 가게와 협약을 맺었다. 속도도 중요했지만 방향이 더 중요했다.
이렇게 하기를 1년, 현재 공동체가게는 159곳이 되었고, 곧 200곳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망원시장 전체가 ‘모아’를 받고 있고 지역에서 협동의 관계를 맺고 싶다면서 먼저 연락해온 가게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지난 1년 공동체가게가 늘어나면서, 힘든 점도 많았으나 감동적이었던 것은 각각의 공동체가게의 스토리와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까닭이었다.
공동체가게의 형태는 다양했다. 협동조합도 있고, 사회적기업도 있고, 노동자협동조합도 있었다. 자영업 형태로 하는 후불식상조 가게도 많았다. 특히 자영업 가게들은 지역에서 어떤 관계에 의지하여 장사를 하고 있지 않은 가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도 척박한 경쟁사회에서 좋은 연대를 하고 싶어 하는 가게들이 많았다. 돈을 더 벌기 위한 마음보다 그런 착한 연대의 마음이 진하게 전해왔다. 나뿐만 아니라 타자를 위하고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인 선한 마음이 내면에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1년이었다.
공동체가게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어땠을까. 모아는 소비자들에게 5%의 혜택을 준다. 2만 모아를 내고 2만 1,000모아를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 후불소비가 아닌 모아를 통한 능동적인 선불소비를 이야기했고, 공동체가게를 통해 기금을 모을 수 있고, 지역에서 돈이 도는 순환경제의 취지를 설명했으나 생각보다 확대 속도가 더뎠다. 울림두레소비자생협의 조합원들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눈에 띠었다. 소비영역운동을 먼저 일군 선구자답게 소비운동에서의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고 있었고, 좋은 가게를 눈여겨보고 추천도 해주고, 5%의 혜택도 소중히 생각하였다. 하지만 주요 활동단체의 멤버들은 모아의 사용 확대에 생각한 만큼의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진 못하였다. 그렇지만 지난 3월, 월 고정액을 모아로 사용하겠다는 약정자를 모집하고 나서부터 모아의 사용이 조직한 만큼 확대되고 있다. 지금까지 1년여 동안 모아를 통한 소비는 1억 2,000만원가량 된다. 공동체가게를 통해 모인 기금은 250만원이 넘어서고 있고, 11월 기금 사용용도를 정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이런 공동체가게이용권의 실험을 가능하게 한 희망연대노동조합의 후불식상조 지역공헌연대기금의 지원에 대해서도 언급해두고자 한다. 5%의 추가이용권의 비용 지원을 해준 지역공헌 연대 기금이 있어 초기 운영계획이 가능했다.
공동체가게이용권 모아. 관계경제를 가능케 하는 모아. 새로운 돈을 우리가 직접 발행해서 사용한다.
공동체가게이용권 모아를 통한 지난 1년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었을까. 지속가능함이나 매출의 뚜렷한 성장은 아직 시기상조이며 꿈에 가깝다. 모아의 성과는 다름 아닌 도심에서 ‘관계경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초기에 ‘도심지역에서 지역경제가 가능한가?’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필자 역시 공동체가게 159곳이 모아지면서, 소비를 바꾸는 운동을 통해 서울 도시에서 관계 맺기를 통한 지역경제 바꾸기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 것이다.
모아에는 ‘H-M-H+’라는 포시가 적혀있다. H는 Human, 즉 사람을 뜻한다. M은 Money 혹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의미하며 동시에 그 체제 속의 대안적 지불 수단인 모아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 표시는 시장경제 속에서의 실용적인 대안인 모아를 통해 사람과의 관계를 더하는 과정을 통해 경제를 바꾸려고 한다는 마포공동체경제네트워크의 방향을 담고 있다. 기존 시장경제가 ’M-C-M+', 모든 것을 상품화(Custom)하여 더 많은 이윤(Money)을 창출한다면 더 많은 관계형성, 즉 우리의 힘을 모아 경제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Human(사람)의 재발견이다. 여기서 사람이란 경제에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개인, 사람을 의미한다. 경제를 통해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를 후불식상조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공동체경제의 생각이다. 여기에서 공동체란 현재 사회적경제 단위인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공동체를 말한다. 시민단체, 문화단체, 정당, 전통시장, 노동조합 등 어떠한 공동체도 경제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는 공동체 내 개인의 힘에 주목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수단인 돈에 의해 차별되고 배제되는 모든 개인의 힘에 주목하려 한다. 사람은 상호의존적이고, 서로의 노동은 상대방을 향해 있고, 그래서 그런 개인의 힘을 모으자는 것이 공동체경제의 생각이다. 그런 개인의 힘은 소비, 생산, 잉여자금 활용 등 모든 생활 경제영역에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만큼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이 힘을 모아내지 못했거나 다른 식으로 힘을 모으자고 제안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을까.
저성장의 시대다. 마을공동체, 협동조합도 예외는 아니다. 회원, 조합원들의 자기 단체에 대한 참여, 후원, 소비를 넘어 자본주의 시장경제 안에서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영역에서 다른 경제로 사는 것을 고민해야 할 때다. 단체 구성원의 수는 어찌 보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 구성원들에게 자기 공동체의 사업과 더불어 지역의 다양한 공동체와 함께하는 공동체경제를 통한 관계 맺기가 결국은 자기의 삶과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미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우리는 모아를 후불식상조 통해 말하려 한다. 아직은 느슨하거나 잘 보이지 않는 형태로 우리는 연결되어 있으나 각자의 공동체가 어떤 이유로 어떤 비전을 그려나가는지 공동체가게이용권은 보여주려 하고, 서로의 존재를 알려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미래를 그리는 사람들은 지역경제의 진짜 주인이 될 수 있을까? 될 수 있다. 지금처럼 ‘사회적 관계’가 시대의 대안으로 절실한 지금이야말로 관계경제를 추구하는 흐름이 필요하고 또 그렇게 되어야 시대의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아는 모아를 이용하는 공동체와 개인, 그리고 모아를 받는 공동체가게가 곧 관계경제의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도구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마포공동체경제네트워크는 이 힘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돈이 돌고, 관계를 형성하고, 사용된 만큼의 가용자산을 만드는 지역화폐의 꿈을 꾼다. 그리고 이런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 함께 모아를 통한 가용자산의 이용과 더불어 모인 자금, 서로의 잉여자금을 모아 서로를 살리는 은행, 대안금융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잉여자금은 각자와 공동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일자리를 만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지역경제의 꿈을 이제 제대로 꿈꿀 때가 되었다. 도심 속 새로운 공동체경제의 꿈을, 한국의 몬드라곤, 한국의 퀘벡의 꿈을 꿀 때가 된 것이다. 이 꿈은 미룰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꿈이니 말이다.
글과 사진_ 후불식상조 윤성일(마포 공동체경제네트워크 모아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