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26 Sat 2009 [San pedro sula] 냐옹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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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ELLO 작성일25-04-04 04:50 조회14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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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하루 종일 죽을 먹기로 했다. 속이 아플 땐 소화 잘 되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며 전 날부터 사모님께서 쌀을 물에 불려 주셨다. 이렇게 계속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것 같아 감사 할 따름이다. 2층에 올라 가니 팬더가 죽을 끓이고 있었다. 가만 보니, 아무 것도 없는 그냥 흰 죽이다. 흰 죽이 조금 심심하기도 하고 해서 참치라도 좀 넣어 달라고 하니, 몸에 안 좋다고 먹지 말라고 한다. 이 것 갖고 조금 실랑이를 하는 데 가만
아기고양이키우기보니 다른 데서 심통이 난 모양이다. 이제 길 떠날 준비를 하려면 마음이 바쁜데 아무도 도와주지는 않고, 모두들 자기한테만 도와달라고 해서 지친 모양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 속을 꿰뚫어 보기가 어려운 데 서로 자기 기준대로만 생각하니 이렇게 가끔 헛다리를 짚는 게다. 대화 끝에, 앞으로는 나는 능동적으로 팬더를 더 도와주기, 팬더는 힘에 부치면 꼭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도움 요청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흰 죽에 양파를 조금 넣고 간장과 참기름으로 간을
해서 먹는데 제법 먹을 만 하다. 옆에서 의철이는 냉장고를 뒤적 뒤적 하더니 삼겹살을 찾아 굽고 어제 남은 국을 데우고 그 위에 고명까지 찾아서 얹어 화려한 상을 차려서 먹는다. ㅋㅋㅋ 가끔 이런 의철이의 생존력에 깜짝 깜짝 놀랄 때가 있다. ㅋㅋㅋ
 의철이가 운동을 하러 갔는지 잠시 나갔다가는 들어와서, "누나~ 선물!"을 외치며 왠 아가 고양이를 탁자에 올려 놓는다. 눈도 제대로 못 뜨고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아가 고양이다. 정말 태어난지 일주일도 채 안된 것
같은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갈 만큼 작고 여리여리한 아가 고양이다. 뭣 때문인지 계속 시끄럽게 울어대기만 한다. 배고픈가? 어쩐가? 싶어 작은 접시에 우유를 담아 줘도 도통 먹지도 않고 울기만 한다. 우리는 네이버 지식인에 '아기 고양이 키우기'라는 키워드를 넣고 검색하니 몇 개의 질문과 답변들이 다라락 뜬다. 아가 고양이는 스스로 접시에서 우유를 먹지 못해 젖병 이나 주사기 같은 걸로 먹여줘야 하고, 사람이 먹는 우유 대신 아기 고양이들이 먹는 분유를 사서 먹여야 하고, 스스로 배변을
아기고양이키우기못하기에 항문 쪽을 살살 문질러서 배변도 도와줘야 한다고 한다. 엄마 고양이가 있으면 엄마 고양이가 잘 돌봐줄 텐데 혼자 있던 걸 보니 엄마가 없는 것 같다. 불쌍한 아가 고양이다. 하지만 쉬지 않고 저렇게 울어 대는 아가 고양이한테 조금은 지치는 게 사실이다. 어찌해야 할 지 도통 모르겠다. 혹시나 토끼가 엄마처럼 보살펴 주지는 않을까 하는 실낱 같은 기대를 품고 갔지만 토끼는 토끼 일뿐… 고양이가 아니었다.
 의철이는 심심해서 였는지, 자기가 데려왔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는지, 아님 원래
고양이를 좋아했는지 이유는 상세히 알 수 없지만 아가 고양이를 정성껏 돌봐주기 시작했다. 살짝 의외의 모습이다. 역시 사람에게는 이렇게 의외의 모습들이 숨어 있는 게 매력이다. 무뚝뚝한 의철이가 가지고 있는 상냥함, 귀여운 팬더가 검도 할 때 보이는 집중하는 눈, 그리고 상냥한 선호오빠가 살사 출 때 보이는 열정. 과연 내 매력은 뭘까 잠시 생각 해 보지만… 잘 모르겠다. ^^;; 
 교회에 지수언니네 가족 옆 방에는 여목사님네 가족이 살고 있다. 원래는 더 시골에서 한글학교를 운영하며 선교활동을 하시지만
지금은 방학 중이라 교회에서 지내신다. 다시 학교가 개학 하게 되면 그 동네로 돌아간다고 한다. 특히 사모님은 굉장한 에스빠뇰을 구사하시는 분이다. 나는 따라 하지도 못할 만큼의 에스빠뇰 실력이다. 게다가 피아노를 전공하셔서 교회 반주도 도맡아 하시고, 약학도 공부하셨다 하니 굉장한 인재임에 틀림 없다. 인품 또한 온화하시며 유머감각도 뛰어나서 무척 배울 점이 많은 분 이다. 또, 그 집에는 윤진이와 윤수라는 예쁜 아이들 둘이 있다. 윤수는 7살 오빠, 윤진이는 4살 동생이다. 둘이서 사이 좋게 노는 모습을
아기고양이키우기보자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 호랑이보다 더 무서웠던 친 오빠는 엄격했고, 나와 놀기 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걸 좋아했었는데... 윤수와 윤진이는 나와는 반대로 둘이 너무 친하게 잘 지낸다. 물론 가끔씩 사소한 걸로 싸우고 윤진이가 울음보를 터트리긴 하지만 말이다. 한국이 아닌 땅에서 자라기 때문에 가족의 소중함을 더 느끼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그래서 사람이란 다 가졌을 때보다 조금은 부족하게 가졌을 때 더 감사하고 행복을 발견하는 게 아닐까?
 여하튼 작은 야옹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난다면 참 좋겠다.